「방랑자, 어디 가는 거야?」
아이의 외침에 떠돌이 소년이 걸음을 멈췄다.
그는 타타라스나 장인의 아들로 비록 병에 걸렸지만, 아주 투명한 두 눈을 가지고 있다.
소년은 아이에게 자신은 꼭 이나즈마성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근데 지금 비가 많이 내리잖아. 게다가 전에 떠났던 사람들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고 들었어!」
소년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미소만 지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년이 다시 돌아왔을 때, 아이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나즈마인이여, 어디 가려는 겐가? 이건 자네가 탈 수 있는 배가 아닐세!」
떠돌이 소년이 항구의 사공에게 저지당했다.
소년이 검을 뽑기 전에 동행하던 남자가 손을 들어 그를 말렸다.
남자는 사공에게 이 외국 소년은 자신과 동행하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어르신의 손님이셨군요, 제가 실례했습니다.」
남자는 소년에게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외투를 건네지만,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는 먼 길에서 어떤 것들을 보게 될지에만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집행관님, 어디 가시는 건가요?」
시끄러운 인간을 싫어하는 소년은, 바로 수하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소년은 겁에 질린 무력한 인간을 관찰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어쩌면 그 다양한 표정 때문에 이 멍청한 수하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바닥에 꿇어앉은 채 전전긍긍하는 수하에게 이번에는 동쪽의 몬드로 간다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직속 호위병들을 준비하겠습니다!」
호위병은 필요 없지만, 그는 멍청한 수하와 더는 말을 섞기 싫어서 막지 않았다.
그는 낭인의 삿갓을 고쳐 쓰고는 동쪽으로 향했다.
「아이야, 어디 가는 게냐?」
귀국한 소년은 길가의 할머니의 외침에 걸음을 멈췄다.
소년은 할머니에게 서쪽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야시오리섬에 가는 게냐? 가서 뭐 하려고?」
할머니는 그저 요즘 많이 뒤숭숭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소년은 진심 어린 웃음으로 그녀의 배려에 감사해하며 선약이 있다고 답했다.
조각배가 천천히 정박했다. 이국적인 복장을 한 여성이 연안에 서서,
저 멀리 소년에게 작디작은 수정 구슬을 던졌다.
소년은 수정 구슬을 손쉽게 낚아챈 뒤 핏빛 같은 노을에 이를 비추었다.